록키의 항해 — 프로젝트 헤일메리 그 이후
EP.02 — 헤일록키호
The Hail Rocky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 좋은 과학자.
더 이상 살아 있지 않다."

SCENE 01
록키의 결심
에리디안 과학원의 대회의장은 이틀째 소란스러웠다.
록키가 "타우세티에 가야 한다"고 말한 이후, 반응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었다. 첫째, 불가능하다는 파. 10.7 광년은 에리디안 역사상 어떤 여행보다도 먼 거리다. 둘째, 시간이 없다는 파. 37 에리디안 년이면 준비하고 여행하고 해결책을 가져올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셋째 — 가장 소수이지만 가장 조용한 파 — 록키를 믿는 쪽.
세 번째 파가 조용한 것은 에리디안 문화의 특성이다. 에리디안 사회에서 '확신'은 낮은 주파수로 표현된다. 인간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것과 달리, 에리디안의 확신은 거의 들리지 않는 깊은 울림이다. 회의장에서 그 울림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은 록키뿐이었다. 그는 엔지니어다. 미세한 진동을 구분하는 것이 직업이다.
에리디안 장로
♪♫♩♪♫
"아스트로파지 연료 충분한가. 10.7 광년이다. 질문."
록키
♫♩♪♫♩♪♫
"충분하다. 아스트로파지 양식 기술은 40년 전에 그레이스와 함께 완성했다. 연료는 양식한다. 문제없다."
록키는 이미 우주선 설계를 시작하고 있었다. 사실은 그레이스가 죽기 전부터다. 록키는 엔지니어다. 엔지니어는 항상 뭔가를 설계한다. 그레이스가 살아 있을 때는 "혹시 모르니까"라는 이유였다. 지금은 이유가 바뀌었을 뿐이다.
에리디안 장로
♪♩♫♪
"누가 가나. 질문."
록키
♫ ♩ ♫
"나. 내가 간다."
에리디안 장로
♪♫♩
"혼자인가. 질문."
록키는 멈췄다. 혼자. 40년 전에도 혼자였다. 에리디안 우주선 '블라인드하트호'에 탑승한 과학자들은 모두 죽었고, 록키만 살아남아 그레이스를 만났다. 혼자서도 해냈다. 하지만—
록키
♫♩♪♫♩♪♫♩
"아니. 혼자 아니다. 팀 필요하다. 과학자 둘. 엔지니어 하나. 나 포함 넷."
· · ·

SCENE 02
헤일록키호
우주선 건조에 11개월이 걸렸다.
에리디안 기술과 그레이스가 남긴 지구 기술을 결합한 설계. 록키가 직접 이름을 붙였다. '헤일록키호.' 그레이스가 알았다면 웃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록키, 겸손이라는 단어 내가 가르쳐 줬잖아." 록키는 대답했을 것이다. "가르쳐 줬다. 이해 못 했다."
헤일록키호는 블라인드하트호와 근본적으로 달랐다. 블라인드하트호는 절박함의 산물이었다. 헤일록키호는 경험의 산물이다.
추진: 아스트로파지 반응 엔진. 원작 헤일메리호와 동일한 원리이나, 40년간의 양식 기술 발전으로 연료 효율 약 30% 향상. 이론 최고 속도 0.12c (광속의 12%).
10.7 광년 / 0.12c = 약 89년의 여행 시간. 에리디안 수명을 고려하면 편도 여행에 해당. 하지만 가속-감속 구간을 포함하면 실제로는 약 100년. 에리디안의 평균 수명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록키가 이미 상당히 나이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이 구역: 선체 중앙에 1기압 진공 챔버 하나. 용도 미정이라고 공식 기록에는 되어 있지만, 모든 승무원이 알고 있다 — 혹시 모르니까. 혹시 인간을 다시 만날 수도 있으니까.
승무원은 록키를 포함해 넷이었다.
첫 번째는 코키. 젊은 천체물리학자. 에리디안 과학원에서 항성 역학을 연구했다. 항성 부정맥 데이터를 처음 보고 독립적으로 록키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 유일한 과학자. 록키가 직접 지명했다.
두 번째는 닉키. 생화학자. 에리드에서 아스트로파지를 가장 오래 연구한 과학자 중 하나. 아스트로파지의 에너지 저장 메커니즘에 관한 6편의 논문(에리디안 학술 체계 기준)을 발표했다.
세 번째는 틱키. 엔지니어. 록키보다 젊고, 록키보다 손이 빠르다. 록키 자신의 표현으로는 "나보다 엔지니어링 잘하는 에리디안." 록키가 이 말을 할 때 음파에 특이한 패턴이 섞였는데, 그레이스였다면 그것을 '자부심'이라고 번역했을 것이다. 후배에 대한 자부심.
그레이스. 보고 싶다.
· · ·

SCENE 03
지구를 향한 메시지
출발 전날, 록키는 에리드의 전파 송신 시설에 있었다.
이 시설은 원래 존재하지 않았다. 록키가 건설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록키와 그레이스가 함께 설계하고, 에리디안 엔지니어들이 건설한 것이다. 에리디안에게 전파 통신이라는 개념은 생소했다. 그들은 음파 문명이다. 하지만 그레이스가 설명했다. "음파는 진공에서 전달되지 않아. 별과 별 사이에는 공기가 없어. 전파를 써야 해." 록키는 이해했다. 엔지니어는 물리 법칙을 이해하면 무엇이든 만든다.
메시지는 네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메시지 인코딩은 그레이스가 생전에 만들어 둔 에리디안-영어 변환 프로토콜을 사용한다. 헤일메리호가 지구에 보낸 원본 데이터 포맷과 호환되므로, 지구의 수신 시설이 아직 가동 중이라면 해독이 가능할 것이다.
록키가 메시지를 구술했다. 에리디안 언어로. 송신 시스템이 자동으로 그레이스의 프로토콜에 따라 변환한다.
첫 번째 부분: 확인 요청.
록키
♫♩♪♫♩♪♫♩♪♫♩♪
"여기는 에리드. 40 에리다니 행성. 에리디안 록키가 보낸다. 지구, 응답하라. 아스트로파지 해결책은 효과가 있었나. 질문. 태양은 안정적인가. 질문. 지구의 인간들은 살아 있나. 질문."
두 번째 부분: 위기 보고.
록키
♫♩♪♫♩♪♫
"새로운 문제 발견. 아스트로파지 후유증. 40 에리다니의 에너지 출력이 불안정하다. 비선형 감쇠 진동. 52 지구년 이내에 치명적 오버슈트 가능성. 관측 데이터 첨부한다. 지구의 태양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는지 확인 요청한다."
세 번째 부분: 합류 제안.
록키
♫♩♪♫♩♪♫♩♪♫
"에리디안 탐사대가 타우세티로 출발한다. 타우세티에도 같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는 해결책이 있을 수 있다. 지구도 탐사대를 보낼 수 있다면, 타우세티에서 만나자. 좌표와 예상 도착 시간을 첨부한다."
네 번째 부분.
록키는 여기서 멈췄다. 오래 멈췄다.
네 번째 부분은 과학이 아니었다. 데이터도 아니었다. 좌표도 아니었다.
록키
♫ ... ♪ ... ♩ ...
"라일랜드 그레이스. 지구의 인간. 헤일메리호의 승무원. 에리드에서 40년을 살았다. 에리디안 아이들에게 과학을 가르쳤다. 에리디안 언어를 배우고, 에리디안 문화를 존중했다. 아스트로파지를 함께 연구했다."
록키의 음파가 낮아졌다.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확신의 주파수가 아니라, 그 반대의 것이었다. 에리디안 언어에는 '슬픔'에 해당하는 정확한 음이 없다. 하지만 록키가 그레이스에게서 배운 그 주파수 — 인간의 감정을 에리디안 음파로 번역한 그 진동 — 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록키
♩ ... ♩ ... ♩
"그레이스.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 좋은 과학자. 더 이상 살아 있지 않다."
록키는 한 문장을 더 추가했다.
록키
♫ ♩ ♫
"그레이스는 행복했다. 나는 안다."
송신 버튼을 눌렀다.
전파가 에리드의 두꺼운 대기를 뚫고 우주로 나갔다. 빛의 속도로. 16.3년 후 지구에 도달할 전파.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을 수도 있는 전파. 지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가능성.
하지만 보내야 했다. 그레이스라면 보냈을 것이다. 그레이스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확률이 0이 아니면 시도해야 해."
그것으로 충분하다.
· · ·

SCENE 04
출발
헤일록키호가 에리드 궤도에서 최종 점검을 마쳤다.
에리디안에게 '발사'의 개념은 인간과 다르다. 에리드의 29기압 대기는 로켓 발사에 극도로 불리하다. 대신 에리디안은 궤도 엘리베이터를 사용한다 — 제노나이트 케이블로 지표면과 궤도 정거장을 연결한 구조물. 40년 전 블라인드하트호도 이 방식으로 출발했다.
록키는 궤도 정거장에서 에리드를 내려다보았다. 물론 '내려다본다'는 것은 인간의 표현이다. 록키는 에리드가 방출하는 적외선 복사를 감지했다. 29기압 대기의 두꺼운 열기. 그의 고향. 그의 세계.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곳.
선내에서 코키, 닉키, 틱키가 각자의 위치에 있었다. 록키가 선장석 — 에리디안 우주선에는 '의자'가 없다, 다섯 다리로 고정되는 클램프가 있다 — 에 섰다.
록키
♫♩♪♫♩♪♫♩♪♫♩♪♫
"승무원 보고. 모든 시스템 상태 보고하라."
코키
♪♫♩♪
"항법 시스템 정상. 타우세티 좌표 입력 완료."
닉키
♫♪♩♫
"아스트로파지 연료 탱크 충전 완료. 양식 시스템 가동 중. 문제없다."
틱키
♩♫♪♩
"선체 구조 정상. 엔진 점화 준비 완료. 1기압 구역도 정상."
1기압 구역. 록키는 잠시 그 빈 공간을 생각했다. 인간 한 명이 살 수 있는 크기의 방. 산소 발생기와 공기 순환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아무도 쓰지 않을 수도 있는 공간. 하지만 록키는 그것을 만들었다.
록키
♫♩♪♫
"좋다. 엔진 점화."
아스트로파지 반응 엔진이 점화되었다. 헤일록키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리드가 멀어졌다. 40 에리다니가 작아졌다. 우주가 넓어졌다.
록키는 선장석에서 에리드 방향의 진동을 마지막으로 감지했다. 고향의 열기. 점점 약해지는 신호. 마치 — 마치 심장 박동이 멈추어가는 것처럼.
이번에는 네가 없다. 하지만 네가 가르쳐 준 모든 것이 있다.
그것으로 해볼 수 있다.
헤일록키호는 가속했다. 타우세티를 향해. 10.7 광년의 어둠 속으로.
그리고 지구를 향한 전파는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16.3 광년의 침묵 속으로.
두 신호는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 하지만 둘 다 같은 사람의 이름을 싣고 있다.
⟡
NEXT EPISODE
EP.03 — 타우세티 도착
89년의 항해 끝에 타우세티에 도착한 헤일록키호.
그런데 궤도에 이미 무언가가 있다.
인공 구조물. 에리디안 것이 아니다.
그리고 — 지구 것도 아니다.
EP.01을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 the4thpa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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